얼마전에 예비군 훈련을 갔다 왔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가게 되면 휴식시간에 거의 잡니다. 군대에서는 분위기 때문일까요. 저도 몰려오는 잠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피곤하지 않아도 그냥 누우면 잠이 옵니다. 참 신기한 현상입니다. 단, 한없이 잠만 잘 경우 일어났을 때의 허무함은 정말 삶의 의욕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훈련기간동안에 잠을 조금만 자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다 읽은 책이 <오두막편지> 입니다.
이 책도 여느 법정스님의 수필집처럼 일상을 적어놓았습니다. 저의 경우 법정스님의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도 있고 새로운 것도 있습니다. 반복되는 내용은 다시 상기한다는 마음으로 되새기며, 새로운 내용은 새로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읽었습니다.
p14 에서 질박, 순수에 대한 느낌을 이야기 합니다.
장판방이지만 시멘트를 쓰지 않고 흙으로만 발랐기 때문에 바닥이 매끄럽지 않고 우툴두툴하다. 그런데 이 우툴두툴한 질감이 나는 너무 좋다. 요즘은 어떤 방이든지 한결같이 매끄럽고 평탄하기만 한테오랜만에 이런 질박하고 수수한 방바닥을 대하니 마음이 참으로 느긋해진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사람은 사회생활 하다보면 순수함을 잃고 살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전쟁터입니다. 전쟁터에서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철저한 자기 철학과 실천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어른들은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선 저 자신도 순수함을 잃어버린채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 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든지 내면에 순수함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때는 다들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으니까요. 그것이 세월이 지나가면서 사라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면에서 법정스님의 순수함과 질박함에 대한 긍정적 표현은 지금의 저에게 따뜻함을 가져다 줍니다.
p26 에서는 여느 법정스님의 책과 같이 게으름에 대한 비판과 올바른 가르침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다가 깨어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다가 이내 털고 일어나 이 글을 쓴다. 일어날 시간이 되지 않았더라도 일단 개어났으면 더 뭉갤 필요가 없다. 눈이 떳졌는데도 잠자기에서 뭉그적거리면 게으른 버릇밖에 길러지지 않는다.
게으름은 항상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편안함을 좋아하고 누워있을 때의 안락함이 인생의 최고의 낙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입니다만, 편안함을 좋아하는 것은 나락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스님께서 언급하신바 있습니다. 그 뒤로는 마음속에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피곤함이 아니라면 항상 깨어 있거나 일거리를 만들어서 무엇을 하려고 합니다.
p75 에서는 직업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직업이 있다. 그런데 그 일이 참으로 좋아서 하는 직업인이 얼마나 될까? 대개는 그 일이 좋아서, 그리고 하고 싶었던 일이어서가 아니라, 수입과 생활의 안정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에 애착도 지니지 않고 책임감도 느끼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일과 사람이 겉도는 불성실한 직업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일을 하지만 그 일에 흥미가 없으면 일과 사람은 하나가 될 수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느낄 때 사람은 그가 하는 일을 통해서 인간이 되어간다.
이렇게 되면 일과 사람이 겉도는 불성실한 직업인이 될 수 밖에 없다. 사람이 일을 하지만 그 일에 흥미가 없으면 일과 사람은 하나가 될 수 없다. 자신이 하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느낄 때 사람은 그가 하는 일을 통해서 인간이 되어간다.
자기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입니다. 사실 자신이 하고싶은 일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그 일이 한정된 인원만 허용되는 종류라면 경쟁이라는 통로를 거쳐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일을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불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길입니다.
지금은 제가 아직 행복한 일을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머지않아 그렇게 하고픈 생각이 있어서 더더욱 의미가 와닿습니다.
p76에 유명한 화가의 일화를 소개해 놓았는데 너무 맘에 들어서 소개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 옛날 장원의 한 영주가 산책길에 자신이 고용하고 있는 젊은 정원사가 땀을 흘리면서 부지런히 정원일을 하는 것을 보았다.
~ 중략 ~
"자네가 화분에다 꽃을 조각한다고 해서 품삯을 더 받을 것도 아닌데, 어째서 거기에다 그토록 정성을 기울이는가?" ...
"나는 이 정원을 몹시 사랑합니다. 내가 맡은 일을 다하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이 나무통으로된 화분에 꽃을 새겨넣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일이 한없이 즐겁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영주는 젊은 정원사가 너무 기특하고 또 손재주도 있는 것 같아 그에게 조각 공부를 시킨다. 몇 년 동안 조각 공부를 한 끝에 젊은이는 마침내 크게 이룬다. 이 젊은 정원사가 뒷날 이탈리아 르네상스기 최대의 조각가요, 건축가이며 화가인 미켈란젤로 그 사람이다.
~ 중략 ~
"자네가 화분에다 꽃을 조각한다고 해서 품삯을 더 받을 것도 아닌데, 어째서 거기에다 그토록 정성을 기울이는가?" ...
"나는 이 정원을 몹시 사랑합니다. 내가 맡은 일을 다하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이 나무통으로된 화분에 꽃을 새겨넣고 있습니다. 나는 이런 일이 한없이 즐겁습니다."
이 말을 들은 영주는 젊은 정원사가 너무 기특하고 또 손재주도 있는 것 같아 그에게 조각 공부를 시킨다. 몇 년 동안 조각 공부를 한 끝에 젊은이는 마침내 크게 이룬다. 이 젊은 정원사가 뒷날 이탈리아 르네상스기 최대의 조각가요, 건축가이며 화가인 미켈란젤로 그 사람이다.
이번 책에서는 제가 지금가지 읽어온 책에서 언급이 되지 않았던 국내 위인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p160에서는 김홍도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습니다. 김홍도에서 관해서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가지고서 '도량이 크고 일상사에 거리낌이 없는 성품'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집이 가난하여 끼니를 잇지 못하는 때가 더러 있었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매화 한 분을 파는데 그 모양이 매우 기이한 것이어서 가지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매화와 바꿀 돈이 없었다.
그러다가 마침 돈 3천 냥을 예물로 보내준 이가 있었다. 이것은 그림을 그려 달라는 사례였다. 즉시 2천 냥을 주고 매화와 바구고, 8백 냥으로는 술 몇 말을 사서 친구들을 모아 매화를 완상하는 술자리를 열었다. 그리고 남은 2백 냥으로 살과 댈감의 밑천을 삼았다. 그 사람됨이 이와 같았다"
그러다가 마침 돈 3천 냥을 예물로 보내준 이가 있었다. 이것은 그림을 그려 달라는 사례였다. 즉시 2천 냥을 주고 매화와 바구고, 8백 냥으로는 술 몇 말을 사서 친구들을 모아 매화를 완상하는 술자리를 열었다. 그리고 남은 2백 냥으로 살과 댈감의 밑천을 삼았다. 그 사람됨이 이와 같았다"
이 일화는 <김홍도전>에 나오는 이야기 입니다.
p175에서는 스님은 허균의 '사나이다운 기상과 독서량' 때문에 좋아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허균의 유적지인 7번 국도 부근의 명주군 사천면에 있는 안내판을 보고 찾아가서는 어린시절 꿈을 키우면서 살았고, 임진왜란 때 잠시 어머니를 모시고 머물던 곳임을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허균은 현재에 한국문학에 있어서 존재가치가 큰 인물이지만, 그 당시의 삶은 불운이 겹치었습니다. 20세에 둘째형이, 그 이듬해에는 누이인 난설헌이 죽습니다. 24세 4월에 임진왜란이 일어나 첫 아들을 얻었지만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한 부인이 스물 둘의 꽃다운 나이에 죽습니다. 아이도 뛰따라 죽습니다.
이렇게 상처받은 허균이 찾아가는 곳은 고향땅 경포대 초당마을 이었습니다. 마을에 살면서 허균은 '누실명'이라는 글에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참으로 더러운 것은 몸과 명예가 썩어 버린 것
옛 현인도 지게문을 쑥대로 엮어 살았고
옛 시인도 데담집에서 살았다네
군자가 사는 곳을 어지 누추하다 하는가.
옛 현인도 지게문을 쑥대로 엮어 살았고
옛 시인도 데담집에서 살았다네
군자가 사는 곳을 어지 누추하다 하는가.
이 글을 보면서 스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집의 가치는 그 크기나 실내장식 또는 사구 등 외형에 있는 것이 아나라, 그 안에서 사는 주인의 인품에 달린 것이다."
"수십 억짜리 호화저택에 살아야만 성공한 인생으로 착각한 후예들이 있다면 이와 같은 예 거울에 오늘의 자신을 비춰볼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이런 집에서 살아도 양심에 거리낌이 없는가, 호화로운 저택만큼 자신의 속사람도 제대로 여물었는가."
마지막으로 p209에서는 다산 정약용에 대해서 '굿꿋한 기상으로 시대의 어둠을 헤쳐나가는' 모습에 강진 만덕산 기슭에 있는 다산초당(茶山草堂)에 열 번도 더 넘게 찾았다고 합니다. 그 곳에서 유배생활 18년 동안 5백여 권이나 되는 불후의 저술들을 남기셨습니다.
그 중 유배생활 10년째 되는 해 가을에 두 아들에게 이런 사연을 띄우게 됩니다.
나는 논밭을 너희들에게 남겨줄 만한 벼슬을 모했으니 오직 두 글자의 신비로운 부적을 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이것을 소홀히 여기지 말아라.
한 글자는 '근(勤)'이고 도 한 글자는 '검(儉)'이다. 부지런함과 검소함, 이 두 글자는 좋은 논밭이나 기름진 토지보다 나은 것이니 평생을 두고 필요한 곳에 쓴다 할지라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한 글자는 '근(勤)'이고 도 한 글자는 '검(儉)'이다. 부지런함과 검소함, 이 두 글자는 좋은 논밭이나 기름진 토지보다 나은 것이니 평생을 두고 필요한 곳에 쓴다 할지라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오두막을 편지를 읽고서 스님께서도 옛 선인의 훌륭함을 배우고 찾고 존경하는 마음이 배우는 자세의 모습이어서 보기가 좋았습니다. 요즘 글로벌화되는 시대에 위인을 밖에서만 찾게 될 가능성이 높지만, 국내의 위인도 이처럼 훌륭한 분이 이렇게 했다는 것을 알게 해준 독서여행이었습니다.
'Book Review (except IT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숫타니파타 (1) | 2012.01.28 |
---|---|
'그냥'을 읽고 (0) | 2011.03.15 |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2) | 2010.06.03 |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0) | 2010.04.29 |
아름다운 마무리 (0) | 2010.04.22 |